다 죽어가던 GM이 뉴GM으로 탈바꿈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갤런당 230마일, 1리터의 기름으로 98km를 달린다는 정말 환타스틱한 뉴스를 전 세계로 발송하였습니다. 이거 참 대단한 얘기인 것처럼 들립니다.
우리나라 기자들이 뽑은 타이틀만 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5리터의 기름만 있으면 갈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말이죠.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기름은 기름대로 넣고, 밤새도록 집에서 콘센트를 꽂아서 배터리 완충을 한 상태에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필요하고요. 배터리 완충 상태로 64km를 달릴 수 있고, 64km를 달린 이후에 배터리가 방전되면 가솔린 엔진이 켜지게 되고 그 이후 나머지 34km는 가솔린 엔진이 켜진 상태로 달린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그렇게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1리터로 34km를 달린다는 것도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정말 놀랄 만한 일이기는 합니다. 현대 LPI 하이브리드처럼 '가솔린 환산연비' 따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냥 휘발유 1L로 달리는 오리지널 연비일 테니까 말입니다. 물론 1리터로 34km를 달린다는 것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을 겁니다. 연비 측정 방식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니까요.(또한 공식 측정 자료도 아니고)
어쨌든 시보레 볼트는 초반 100km를 달릴 때는 기름이 꼴랑 1.2리터만 필요하다고 GM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이적인 연비가 나오는 것은 애초에 완충된 배터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처음부터 전기자동차로 개발되기 시작했던 시보레 볼트이기 때문에 배터리를 보조동력으로 이용하는 일본식 하이브리드와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초기에 그렇게 경이적인 연비를 기록한다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시보레 볼트로 500km 거리의 서울-부산을 달린다고 가정하면 초반 64km만 전기로 움직일 수 있을 뿐, 나머지 436km는 가솔린 엔진으로 달려야 합니다. 그 거리를 GM에서 주장하는 34km/L라는 엄청난 연비를 대입시켜보면 거의 13리터의 휘발유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론적'입니다.
이렇게 계산해놓고 보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38.46km/L라는 엄청난 수치가 나와줍니다. 공교롭게도 현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주장하고 있는 '가솔린 환산 연비' 수치와 딱 맞아떨어지네요.
그러나 아직까지 고속연비가 어떻고, 시내주행 연비가 어떻고 하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나온 것은 아니니 연비 관련해서는 뭐 이쯤 해두지요. 조금 더 지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내용이니.
그런데 이런 업체의 주장대로라면 엄청난 연비를 자랑하는 시보레 볼트가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은 있는 걸까요?
애초에 전기차로 개발된 차량이지만 현재의 완성형은 하이브리드에 가깝습니다. 현대도 하이브리드를 내놓는 마당에 시보레 볼트도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봅니다만 아마도 특정 조건이 성립되기 전까지는 들어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국내법상 전기자동차는 자동차로 분류하고 있지 않아 연구용을 제외하고는 일반 도로를 달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어떤 어르신들인데 함부로 기름을 쓰지 않는(혹은 거의 쓰지 않는) 전기 자동차 따위가 도로를 활보하게 놔두겠습니까.
그러나 위에도 썼지만 특정 조건만 성립되면 전기자동차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 특정 조건이란 다름 아닌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절대강자인 회사가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할 수 있을 단계가 되었을 때입니다.
추가적으로 자동차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기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전기값을 지금 기름값 만큼이나 올린 후에야 가능하겠지요. 전기차가 늘어날 수록 기름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기름에 매겨진 800원어치가 넘는 세금을 충당할 방법이 따로 없을 테니까요.
시보레 볼트는 위에도 언급했지만 엄밀히 말해 순수 전기차는 아닙니다. 전기만으로 움직이기에는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가 있기에 가솔린 엔진도 병행해서 사용해야 하는 하이브리드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그러나 로비의 달인인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초기 발진을 순수하게 전기만을 이용해 달리기 때문에 시보레 볼트를 절대적으로 전기차라고 주장할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로비를 할 것입니다. 정유사야 쌍수를 들어 환영할 테고 말입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계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일본의 가솔린 기반 및 유럽의 디젤 기반 특허를 피하지 못한) 국내 회사는 하이브리드보다는 전기차 쪽으로 매력을 더 느낄 것이 분명하고 몇 년 안에 전기자동차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할 겁니다. 아마 그 때가 되면 전기차에 대한 제재가 이런 저런 핑계와 함께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아를 살리게 된 1000cc 경차 도입도 그랬고, 하이브리드 세제지원 역시 그렇습니다. 어딘가가 나서야 법규가 바뀌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해보면 시보레 볼트 역시도 2011년 미국에는 발표가 되더라도 국내에는 들어오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기자동차로만 디자인된 오리지널 볼트 외에 지난 4월 숨이 깔딱깔딱 하며 죽을 것 같던 GM이 미국 정부와 담판을 벌이러 갈 때 GM의 CEO가 탔던 차량이 국내의 라세티 프리미어에 볼트의 심장을 이식한 시보레 크루즈 볼트라는 것은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현대가 아반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들고, 기아가 포르테로 만들었던 것처럼 GM대우도 1. 마음만 먹으면, 2. 법규가 바뀌면, 3. 전기에 기름처럼 미친듯한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라세티 프리미어 전기차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미 라세티 프리미어는 GM의 글로벌 정책에 힘입어 많은 부분을 오리지널 볼트와 플랫폼 및 부품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지난 4월에 보았듯이 실제 운행이 가능한 데모카 역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위의 1,2,3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국내에서도 어설픈 LPI 하이브리드가 아닌 가솔린 하이브리드(라고 쓰고 전기차라 읽는다)를 출시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GM대우가 큰 맘 먹는다 하더라도 아직 GM대우에게 국내 법규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파워가 주어지진 않았기 때문에 아마 2번 문제에서 좌절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GM대우가 큰 맘 먹는다 하더라도 아직 GM대우에게 국내 법규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파워가 주어지진 않았기 때문에 아마 2번 문제에서 좌절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비싼 돈을 들여 자동차를 구입해왔습니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시장 경제라는 것을 배웠고, 대량 생산을 하게 되면 원가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과 대량 구매를 하게 되면 단가가 인하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아반떼와 그랜저는 해가 바뀔 때마다 가격이 올랐고, 동급의 다른 차들도 마찬가지로 올랐습니다. 그들에게는 대량 구매의 이점도, 대량 생산의 이점도, 외주 생산의 이점도 없는가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월 1천대 팔릴 때보다 월 1만대 팔릴 때 가격이 더 비싸지는 것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현대기아차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바로 그것이라면 굉장히 우울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정부 관계자 그 어느 누구도 그렇게 이야기하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전기자동차가 도로를 다닐 수 있도록 법규를 바꾸고 나서 6개월 안에 현대기아차에서 전기자동차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더더욱 우울할 것 같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체에 의해 법규가 바뀌는게 아니라 국민의 필요에 의해서, 국민의 요구에 의해서, 그리고 국민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법규가 바뀌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시보레 볼트는 "전세계 동시 개봉" 문구가 영화 포스터에 붙듯, "한일 동시 발매" 문구가 게임 타이틀에 붙듯, "전세계 최초 공개" 문구가 블리자드 게임에 붙듯 한미 동시 출시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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