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드디어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세제 지원을 약속하고 나서면서 '친환경', '연비', '소형차'와 같은 그동안 홀대받았던 국산 자동차 시장에 조금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법한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얼마 전, 5월부터 노후차 교체에 따른 최대 250만원의 세제 할인 혜택이 너무 대형차 위주로 흘러가고 있음을 여러 뉴스나 블로그에서 지적한 바 있으며, 저 역시 이 것이 정상적인 방법인가에 대한 글을 포스팅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지나치게 중대형차 위주의 세금혜택이 크고, 실제 대형차를 새로 구입하는 사람들은 250만원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는 혜택이 아니어서 신규 수요 창출은 어렵다는 논지의 글을 썼었고, 다른 블로거께서 지적했던 부분은 보다 '친환경적' 정책이 되지 못한 것이 아쉽고 불만이라는 논지의 글을 올리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 여론 탓인지, 아니면 재고를 걱정하는 현대/기아차의 로비 탓인지, 진짜 정부가 뒤늦게 철이 든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랴부랴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지원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대략 정리를 하자면, 올 7월부터 2012년 말까지 개별소비세 100만원, 취득세 40만원, 등록세 100만원, 교육세 및 기타세 39만 1천원, 부가세 13만원 면제, 공채 매입금도 20~40만원 감면으로 최대 332만 1천원까지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뭐 이론적으로는 현대가 출시할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기아가 출시할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가 굉장히 큰 혜택을 받을 것 같긴 합니다. 올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말이지요.
< 포르테 하이브리드 >
아반떼, 포르테 하이브리드 카는 차값이 일반 가솔린 모델에 비해 몇 백만원 정도 비쌉니다. 일단 세금 감면 받는 건 '할인'의 느낌보다는 가솔린 차량보다 비싼 차값을 '퉁 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처음에 비쌌던 걸 세금 할인으로 '퉁 치고' 나서 앞으로의 주유값으로 이익보라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만....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의 가솔린 환산 연비가 21.5km/L 입니다.(어차피 아반떼도 같은 엔진을 쓸 테니 비슷하겠죠) 제 토스카의 연비가 10.9km/L 니까 딱 2배 좋네요. 그 말은 제 차와 비교했을 때 연료비가 절반으로 절약된다는 이야기일 테지요.
그러나 가솔린 2.0 세단인 제 차가 아닌 다른 차량과 비교를 해서도 경쟁력이 있는지를 한 번 살펴 볼까요?
기아 포르테 디젤
기아의 포르테 디젤은 하이브리드와 같은 껍데기를 달고 있는 차량인 만큼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량 가격이야 현재까지 드러나고 있는 걸 보면 하이브리드 세제 지원금을 포함시키면 기껏해야 100만원 정도 차이가 날 것 같고요.
포르테 디젤의 연비는 16.5km/L 입니다. 가솔린 기준인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보면 리터당 5km 정도를 못 달리네요. 21.5km를 기준으로 했을 때 16.5km는 76.7%입니다.
그러나 디젤과 가솔린은 직접적인 비교가 되지 못합니다. 왜냐면 디젤엔진에 들어가는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 저렴하기 때문이죠.
< 경유값은 휘발유값 대비 85% >
오피넷 가격으로 2009년 4월 29일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휘발유의 가격은 1552.93원, 경유의 가격은 1331.23원으로써 휘발유 가격대비 경유의 가격은 85.7%입니다.
바꿔 말하면 휘발유의 85% 가격으로 LPI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76%를 달리는 디젤 모델의 실질적인 연비차이는 하이브리드 카가 내세우고 있는 '연비'에서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수식으로 계산하면 10%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입니다.
85.7%의 가격으로 76.7%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기아 포르테 디젤의 연비 효율은 LPI 하이브리드의 휘발유 환산 연비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89.5%로써, 실질적인 연비차이는 10% 밖에 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세금 할인받아서 차값 비슷해졌으니 10%의 연비 차이라면 괜찮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신다면, 10%의 연비 차이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 차량의 운행조건(시내주행이냐 고속주행이냐)에 따라 극복 가능한 수치라는 점이며, 과연 휘발유 환산 연비가 실제 연비와 어느 정도 매칭이 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포르테랑 껍데기만 다를 뿐 >
게다가 LPI 엔진의 114마력, 15.1kg.m의 부족한 마력과 토크가 디젤엔진이 갖고 있는 128마력에 26.5kg.m의 토크와 과연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도 디젤 엔진이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부족한 힘과 순발력을 가진 연비가 10%쯤 좋은 하이브리드냐, 괜찮은 힘과 순발력을 가진 연비가 10%쯤 나쁜 디젤(조금 더 시끄러운) 엔진이냐를 놓고 비교한다면..... 글쎄요. 저라면 디젤 쪽으로 갈 것 같습니다.
기아 프라이드 디젤
연비와 힘이 고루 좋기로 소문난 기아 프라이드 디젤 1.5는 차량 가격이 1200~1300만원입니다. 별도의 할인을 받지 못하는 디젤차량이기 때문에 기아의 포르테 하이브리드와의 차량 가격 차이는 많이 상쇄되어 큰 차이가 나지는 못합니다.
또한 프라이드는 소형차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내 면적에 있어서도 아반떼나 포르테 하이브리드보다는 좁을 수 밖에 없고요.
그러나 연비는 리터당 16.9km(자동), 20.5km(수동)으로 하이브리드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차값은 세금 혜택을 받은 하이브리드보다 3~400만원 이상 저렴합니다.
그리고 리터당 16.9km를 달리는 경유를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휘발유 환산 연비로 계산해보면 19.7km를 달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둘 다 휘발유 환산으로 계산해보면....21.5와 19.7. 이 정도 연비 차이라면 무시해도 될 법해 보입니다. 굳이 저 차이를 차량가격대비 연비로 상계치려면...... 글쎄요. 얼마를 달려주셔야 할까요.
물론 차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공간적인 측면, 소형차와 준중형이라는 근본적 차체의 차이, 보다 덜 친환경적인 CO2 배출량(155g/km)을 감안한다면 포르테 하이브리드가 매력적일 수도 있겠지만, LPG 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충전소가 드물어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LPG 충전소를 찾으러 추가적으로 매번 운행을 더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LPG 충전소는 기본적으로 무조건 만땅!을 넣어줌으로써 조금씩 나누어 주유하면서 차량 무게를 줄여서 운행할 수 있는 경유/휘발유 차보다는 분명히 연비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것 등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차량도 아닌 기아차 2 종류를 가지고 비교를 했는데도, 하이브리드 카가 아직까지도 매력적이지 못한 것 같다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래도 환경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느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만은 없는게, 일반 차량 운전자들은 환경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을 안 쓴다는 겁니다. 쓸데없이 예열하시는 분들, 주변에 찾아보면 참 많지 않습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하이브리드카가 기존 차량 대비해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단지 300만원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차량 가격을 더 내리든가, 세제 혜택을 더 크게 주든가, 그것도 아니라면 또 다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더 잘나가는, 예시로 든 2개의 차종보다 더 연비가 좋은 다른 디젤 차량을 알아보는게 현실적으로 더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세제 정책을 통해 LPG를 연료로 하는 하이브리드카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어디 현대/기아차만 이익일까요? 이미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일본의 하이브리드카는 손놓고 있진 않을 겁니다.
뭐 물에빠진 놈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심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물에 빠진 놈은 소비자가 아니라 LPI 하이브리드 카를 내놓은 현기차일 것이고, 소비자는 여러 가지 차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종을 가지게 된 것 뿐입니다. 그게 매력적이지 않다면 포기해도 되는 거고요.
현재 발표한 것만으로는 저는 소비자에게 이익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저 다른 차들과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수준으로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마련되었을 뿐이라는 걸로 얘기하고 싶습니다. 정작 정책을 내놨는데, 혜택을 보는게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기차가 아니라, 외국의 가솔린 하이브리드나 더 무서운 디젤 하이브리드가 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요.
과연 친환경 하이브리드카를 타면...... 이익 보는 건 누구일까요? 정말 소비자일까요?
덧붙임 09년 4월 29일 오후 3시 50분 :
휘발유 환산 연비 라는 건 어디 국가에서 정한 정확한 연비 계산법이 아닙니다. 그저 LPG를 연료로 하는 하이브리드를 개발하고 있는 현기차가 만든 임의 계산법이죠. 제가 꼬집고 싶은 건 현기차가 만든 임의 계산법대로 계산하면 LPG 하이브리드나 디젤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LPG 하이브리드 카를 팔아서 이익보는 건 소비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실제 공인연비라고 밝히고 있는 리터당 17.2km의 연비를 현재의 LPG 가격과 경유 가격을 각각의 휘발유 단가로 치환해서 계산하면 보다 정확한 연비가 나오겠지만,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휘발유 환산연비라는 잣대로 여론을 흐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쓴 거고요, 그걸 또 그대로 받아적고 계시는 언론한테도 한 소리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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