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에쿠스, 쌍용의 체어맨, 기아의 뉴 오피러스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던 GM대우의 베리타스. 그 짧은 6개월 사이에 가능성을 타진해보기에 에쿠스와 체어맨의 벽은 하염없이 높아보였습니다. 과연 GM대우의 럭셔리 기함은 한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한 번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베리타스가 출시되기 전, GM대우 각 차종 별 온라인 동호회에서는 GM대우의 신형 기함의 출시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위장막을 씌운 사진이 돌아다니고, 그 특유의 잔뜩 힘이 들어간 거친 들소의 앞가슴마냥 튀어나온 볼룸감 넘치는 전륜 오버 휀다는 에쿠스 긴장해라 는 결론을 내리기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출시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에쿠스는 거침없이 판매되다가 신형 모델이 얼마 전 출시되었고, 심지어 다 죽어가는(?) 쌍용의 체어맨W 보다도 못한 판매량을 보이며 자존심을 팍팍 구겼습니다.
도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베리타스의 출시일은 작년 10월입니다. 그 이후 연식이 바뀐 베리타스 2009년형이 나오기 전까지 6개월의 판매량은 신차 출시에 따른 신차 효과 같은 건 기대조차 할 수 없었고, 심지어 28대와 21대라는 대형차의 판매량 수치라고 보기에도 민망스런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신차 출시 전의 에쿠스 2월 판매량은 예외로 하죠)
1,2,3월 다시 판매량이 상승한 건 다름 아니라 최고1300만원이나 할인해준 정말 파격적인 할인가격 덕분이었지, 차량에 금칠을 해서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은 아니니 그다지 기대할 만한 것도 없다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그런 할인 판매 덕분에 베리타스의 2009년식은 예상보다 빨리 품안에 도착했습니다. 그렇다면 작년 하반기를 확실히 말아먹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베리타스가 어떻게 바뀌어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첫 번째로 눈에 띄는 점은 "가격 인상" 입니다. 럭셔리, 프리미엄 모델이 400만원 인상된 6030만원과 5670만원, 디럭스 모델은 500만원 오른 5030만원 짜리 택을 붙였습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1000만원 넘는 할인을 해서 판매함으로써 앞자리 하나를 바꿔버렸던 것과 사뭇 다른 가격표를 달고 나와서 당혹스럽게 하네요. 이러다 또 앞자리 바꾸는 할인 판매 할라구.....-_-
그렇다면 호기 넘치게 안팔렸던 차량의 가격을 10% 올린 저의가 무엇인지 한 번 바뀐 스펙을 알아보도록 하죠. 학교 다닐 때 맨날 얻어맞던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여름방학 끝나더니 일진한테 맞짱을 뜨자고 했다면 무슨 깡이 생긴 건지는 알아봐야 하는거니까요.
< 각 기함별 사양 정리표 >
일단 엔진이 바뀌었네요. 3.6L 급 SIDI(Spark Ignition Direct Injection) 엔진이 장착되었는데, 이 엔진은 현대가 타우엔진으로 올해 처음 수상한 올해의 10대 엔진을 2008년, 2009년 2년 연속 수상하였고, 캐딜락 CTS에도 장착된 인정받은 엔진입니다.
그런데....GM대우 홈페이지 어느 곳에도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보도자료에만 꼴랑 언급이 있을 뿐, 좋은 엔진 얹었다는 걸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네요. GM대우 홈페이지에 있는 이미지를 한 번 가지고 와 봤습니다.
엔진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277마력이라는 걸 봐선 분명 2009년형 엔진 맞습니다. 근데 10대상이니 어쩌니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고, 늘 보아왔던 잡소리만 늘어놓고 있네요. 옆에 토크/마력/RPM 표 보실 수 있는 '어르신'들이 과연 얼마나 된다고 저걸 갖다 붙여놨을까요. 차라리 저 자리에 "2008년, 2009년 전미 10대 엔진상 2년 연속 수상" 과 같은 문구와 어설프더라도 트로피 모냥이라도 좀 갖다 놓지 그랬을까 싶습니다.
2008년 모델에 비해 마력이 10% 정도 향상된 277마력과 토크도 34에서 36kg.m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여러 시승기를 보더라도 분명 치고 달리는 힘은 부족하지 않던 베리타스가 토크와 마력을 각각 상승시켰으니 그 넘치는 힘을 주제로 하더라도 분명히 더 팔릴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5단 오토 미션을 들고 나왔던 이전의 모델과 달리 2009년식에는 6단 미션을 장착하였습니다. 거의 모든 사용기에서 미션에 대한 부분이 아쉽다고 얘기된던 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어느 회사처럼 "대형에도 6단은 사치다"라는 얼토당토 않는 얘기는 안 해서 좋았습니다만, 그래도 대세는 분명 따라야겠죠.
6단 미션으로 바꾼 덕인지, 엔진이 바뀐 덕인지 연비는 0.1km 더 달릴 수 있게 되었네요. 8.7km/L 입니다. 연비는 대형차 치고는 좋은 편이라 1등급이라고 하네요.
< 3미터가 넘는 엄청난 휠베이스로 공간감은 최고 >
대형차답게 안전 옵션은 전 트림에서 기본 장착되었습니다. ESC의 장착은 위급한 상황시에 분명 차량의 안정성을 도와주기 때문에 사장님차로 대변되는 대형차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라고 봅니다.
대대적으로 바뀐 부분은 요만큼 밖에 없는 거 같네요. ECM 룸미러 같은 거야 뭐 단가적으로 얼마 안 하니까 그런 세세한 악세사리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파워트레인의 변경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파워트레인의 교체가 베리타스의 가격 인상 요인으로서는 적당한 걸까요?
<파워트레인이 바꼈으니 돈올라가는 건 당연하다고? >
저는 가격적으로 올라간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값어치를 할 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GM대우의 생각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보도자료 한 줄 꼴랑 읽고,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좋아진 것인지 알 지 못합니다. 바뀌었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것을 알려야 하는데 GM대우는 그러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한테는 "팔리지도 않는게 돈만 올렸다"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 없는 겁니다.
"돈이 든다"고요? 광고할 돈이 없으면, 홈페이지라도 바꾸세요. 홈페이지 바꾸는데도 돈 들어가는거 아니잖습니까. 웹디자인도 아웃소싱 주는 것도 아닐테니 말입니다. 물건을 팔고자 한다면 물건을 사고싶은 사람에게 사고자 하는 충동적 요소를 분명히 알려주어야 함에도,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서조차 타사와 차별화되진 않더라도 "따라갈 수 있는" 주요 포인트를 놓치고 있는게 GM대우의 현실이라고 보는게 좋겠네요.
하긴 중형차 6기통, 6단 미션 가지고도 그거 밖에 판매하지 못한, 심지어 "중형차에선 6단 미션이 불필요하다"는 경쟁사 관계자의 되도 않는 소리를 듣고도 찍소리 안 하고 가만 있던 분들이니 어련하시겠습니까만...... 여전히 정신차리려면 멀었단 생각이 듭니다.
< 작아보이는 뒷태는 아직도 미수정 >
베리타스는 작년 4분기에 집중적으로 작성된 시승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분명히 타보면 좋은 차 입니다. GM대우의 차들이 늘 그렇듯이 "타보면, 달려보면, 핸들 꺾어보면" 분명히 좋은 차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GM대우는 좋은 차 만드는 재주는 있어도 소비자를 차에 앉히고, 달려보게 만드는 재주는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동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파워트레인이 바뀌었음에도 보도자료 한 줄 꼴랑 내보내고 2주를 놀고 있는 GM대우 홍보팀이여...... 제발 밥값 좀 합시다. 1300만원씩 할인 판매해서 겨우 400대 팔 거면 그 돈으로 차라리 홍보를 더 하세요. 출시 보도자료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대우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랑 똑같이 놀면 안 됩니다. 거기에 도움이 될 줄 알았던 GM은 현재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되버렸습니다. 그럼 제발 팔릴 수 있는 차는 팔리도록 노력해보세요.
베리타스는 분명히 국내에서도 충분한 수량이 팔릴 수 있는 차입니다. GM이라는 타이틀 떼고, 대우라는 타이틀 떼더라도 분명 베라타스는 좋은 차량입니다. 그런 차량을 몰라봐주는 소비자가 원망할 게 아니라, 그런 차량을 팔 줄 모르는 GM대우는 스스로를 원망해야 할 겁니다.
어쨌든 GM대우의 베리타스는 제 5번째 위시리스트로 집어넣어보죠. 차량 자체는 마음에 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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