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이 위시리스트에 오펠의 인시그니아를 그 첫 번째로 올려놓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서 오펠의 고위 관계자가 "GM대우가 인시그니아를 차세대 중형 모델로 선택했다" 라고 언급함으로써 그 동안 무수히 들려왔던 소문을 사실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GM대우와 오펠,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그 둘은 GM의 계열사이며 이번 GM의 휘청거림에 영향을 받아 본국에서도 힘들어하고 있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덕에 오펠은 GM으로부터 떨어져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이번에 독일 정부에게 요청한 펀드 지원을 독일 정부가 사실상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 GM 계열사 중에서 가장 먼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GM대우는 오펠의 Antara를 들여와서 윈스톰 맥스라는 이름으로 로고와 운전석 방향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동일한 차량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인시그니아를 토스카 후속 모델로 정했다는 팩트 하나만으로도, 윈스톰 맥스의 절차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게 됩니다.
당장 경쟁 회사라 할 수 있는(물론 점유율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 현대의 YF 소나타가 올 해 하반기에 출시 예정이고, 현대의 그랜저급에 해당하는 기아의 새로운 모델의 스파이샷이 종종 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토스카 후속도 당장 09년 식 이후 2010년식을 장담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경우라면 토스카의 모델 체인지는 2011년 이후에나 진행되어야 할 겁니다. 08년에 대대적인 파워트레인 교체를 통해 고정적인 매니아 층을 형성했고, 힘에 부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판매가 되고 있으니까요. 08년 1월에 파워트레인 교체를 통한 페이스리프트를 한 모델을 2년 만에 단종시키기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GM대우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 문제! 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인시그니아의 국내 출시 예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토스카에 무한 애정을 갖고 있는 저로서도 2011년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그러나 어느 세월에- 모델 체인지가 되었으면~을 바라는게 중고차값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의 활성화, 그리고 현기차에 대항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대항마인 GM대우가 내수 시장의 가장 큰 파이를 갖고 있는 중형차 시장에서도 인시그니아를 통해 탄력을 받았으면 하는 대승적인 차원에서라면 중고차 값 얼마 떨어지는 것 정도는 용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위에 현기차의 유일한 대항마라고 적어서 쌍용차나 르노삼성을 사랑하시는 분들께서 감정이 상하실 수도 있겠지만, 내수와 수출을 포함하면 르노삼성과 쌍용은 GM대우와 쨉이 되지 않습니다. 르노삼성의 경우 2008년 수출 대수가 10만대가 채 되지 않습니다. 반면 GM대우는 70만대 이상을 수출했습니다. 이는 현기차의 한 축인 기아 자동차와 비슷한 규모이고, 현대차와는 30~40만대 정도 차이나는 수준입니다. 내수를 기준으로 한다면야 현기차 점유율 80%, GM대우, 르노삼성이 각각 10% 씩 사이좋게 나눠서 갖고 있어서 르노삼성과 GM대우가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체 생산량 및 판매량으로 본다면 르노삼성은 현대차, 기아차에 미치지 못하며, GM대우가 겨우 체면치레 할 정도로 기아차에 근접해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GM대우가 국내에서 힘을 쓰기 위해서는 경차 시장이 아닌(물론 판매 대수로만 본다면 경차 시장에서 짱을 드셔야겠지만),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부분인 준중형, 중형, 대형 라인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선택의 폭을 소비자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올 해 마티즈의 후속이 나옵니다. 이로써 경차 시장은 한시름 놨습니다. 마티즈도 계속 출고된다고 하니, 800cc급의 마티즈, 1000cc급의 비트(시보레 스파크)의 콤비네이션이라면 모닝의 시장을 상당부분 뺏어올 수 있을 겁니다.
얼마 전 말많고 탈많은 라세티 프리미어가 출시되었습니다. 1.6 가솔린 엔진과 6단 미션의 문제 때문에 참으로 설왕설래가 많았었지만 2.0 디젤 모델의 출시로 역시 준중형급에도 아반테 까지는 아니더라도 포르테를 때려잡을 준비는 마쳤고, 실제로 제대로 출고가 이뤄졌던 올 1월 이후 포르테와 라세티는 큰 격차없이 3천대 정도의 판매량으로 여차하면 뒤집어질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놨습니다.
문제는 소나타, 로체 이노베이션, SM5가 경합하는 중형시장입니다. 토스카 프리미엄6는 6/6 조합의 파워트레인으로 타사 경쟁 모델에서 갖지 못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판매량에 있어서도 7천대를 파는 소나타, 4천대를 파는 SM5, 3천대를 파는 로체와 저 멀리 홀로 떨어진 1천대도 못파는(물론 생산 중단, 재고없음, 출하 정지라는 특단의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중형차 시장의 토스카는 단순히 마이너 업그레이드 만으로 판매량을 급증시킬 만한 호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나 09년식 토스카는 오히려 08년식 토스카보다 다운그레이드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성능적인 잇점을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09년의 토스카는 정말 판매량에 있어서 암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10년식 토스카는 뭐가 다를까요? 아닙니다. 이제 과감히 패를 던져야 합니다. 정말 과감히. 중형차 시장을 놓고 있다는 것은 장사 안 하겠다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회사의 이익 부분에서도 그렇지요. 마티즈 1대 판 이익과 토스카 1대 판 이익, 과연 어느 쪽이 많을까요.
대형차 시장이야 쌍용 체어맨과 현대 제네시스, 그리고 에쿠스라는 엄청난 장벽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베리타스 혼자로는 조금 부족해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베리타스는 과거 스테이츠맨이 가지고 있었던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개선시켜주고 GM대우의 대형차도 충분히 좋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에 GM대우에서 다시 한 번 도전해본다면 그 때는 뭔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스테이츠맨을 타보신 분들은 스테이츠맨이 이미지와는 다른 꽤 괜찮은 엑셀링과 핸들링을 보여준다고들 합니다. 저도 제가 직접 몰아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요)
개인적으로 베리타스는 에쿠스와 제네시스, 체어맨이 아닌, SM7이 가지고 있는 자리를 노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마케팅 담당자라면 그렇게 할 것 같습니다. 물론 SM7에는 2.3 모델이 있기 때문에 3.5 라인업 뿐인 베리타스가 핸디캡이 있겠지만,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는 다음을 기약한다는 의미로 패를 풀어나간다면 SM7이 갖고 있는 대형차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따라서 현재 GM대우의 취약점은 다름 아닌 토스카가 차지하고 있는 중형차 시장이고, 지금의 토스카로 09년, 10년까지를 기약한다면 정말 답이 안 나오는 경우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윈스톰 맥스가 그러했듯이, 인시그니아 역시도 약간의 로컬라이제이션을 통해서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의 조율 등만 하고는 그 디자인, 그 옵션 그대로 들여와서 빠른 경쟁을 시도한다면 토스카로 이루지 못했던 중형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회복 및 국내 2위 업체로의 도약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라도 GM대우 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제발 인시그니아에 딴 짓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들여와주세요.
지.금.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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