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준중형 차량 라세티 프리미어가 출시된지 벌써 1년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출시되자마자 모기업의 위기, 미국 발 전 세계 경제 위기, 대우자동차판매의 유동성 문제 등을 고루 겪으면서도 GM대우의 상반기 실적을 홀로 이끌었던 효자상품이기도 합니다.
그랬던 라세티 프리미어(이하 라프)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 움직임이라는게 급작스럽게 판매량이 급증 또는 급락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그 동안 판매됐던 라.프들이 큐브를 찾기 위해 오토봇으로 변신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아무래도 모기업인 GM은 내 아버지가 아닌 거 같다고 친자 확인 소송을 한다는 의미는 더욱 아닙니다.
< 라세티 프리미어, 성능과 안전을 빠팅치다 >
그런 움직임은 바로 라.프가 더 이상 준중형 차량이길 거부하고 '중형 세단'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준중형으로 태어난 라프가 올 초 2.0 디젤 엔진을 장착한데 이어, 10월부터는 1.8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추가함으로써, 1.6 가솔린, 1.8 가솔린, 2.0 디젤이라는 국내 준중형 중에서 유일하게 3개의 배기량을 갖춘 차량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자동차 분류 기준상 1600cc를 초과하고 2000cc 미만의 차량을 '중형'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차체 사이즈가 얼마이든 간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1600cc 미만의 차량만을 준중형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1.8리터와 2리터를 채용한 라프는 더 이상 준중형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덩치는 이미 출시 당시부터 준중형의 그것을 뛰어넘은지 오래고, 르노삼성의 뉴SM3가 나오기 전까지는 동급 최강의 덩치, 최고의 실내 공간, 트렁크 용량 등을 골고루 뽐냈던 라프이기 때문에 중형급의 엔진을 얹는게 그렇게 무리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 나로 인해 라프는 더이상 준중형 아님 >
게다가 라세티 프리미어 ID(이하 라프ID)는 1.6리터 모델과의 가격 차이가 겨우 40만원, 속도 감응식 스티어링휠 옵션을 기본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0만원 밖에는 차이가 나질 않습니다. 라프1.6과 라프ID의 가격 차이는 차량 가격에서 동급 기준으로 20만원, 그리고 1년에 소요되는 보험료/세금 할증액이 약 20만원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10년을 타더라도 220만원 정도면 되겠네요.(그러나 준중형을 타시는 분들중 그렇게까지 타는 사람들은 크게 많지 않으니 현실적으로 200만원 이하로 봐야겠죠, 게다가 보험과 세금은 연 단위로 나가는 거니 크게 와닿지도 않는 거고)
미세하게나마 높아진 연비는 기름값으로 높아진 차량 가격과 세금 보험료를 조금이나마 상계처리할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부담은 좀 줄여주네요. 물론 0.3km/L의 차이로 기름값이 얼마나 차이가 나겠습니까만.....(연 20,000킬로, 1700원을 기준으로 하니 약 6만원 정도 절약이 되긴 하네요 ㅎㅎㅎ)
1.6과 1.8의 단순한 배기량의 차이 뿐 아니라 114마력->142마력, 15.5kg.m->17.8kg.m로 높아진 최대출력과 토크는 기존 답답하다는 느낌의 초기 스타트 반응을 해소해줄 뿐 아니라 4200->3800RPM으로 떨어진 최대 토크 시점은 중속까지도 차체를 손쉽게 끌어올려줄 걸로 보여 구입 예정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떡밥이 되어줄 걸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왜 이래~ 나 이래뵈도 중형 세단이야 >
라프 1.6을 염두에 뒀던 소비자들은 이제 '혼란의 카오스'를 겪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준중형 모델의 중형 넘보기는 다른 모델을 염두에 둔 소비자를 빼앗아오는 효과보다는 원래 라프 1.6을 사고자했던 사람들의 갈등만 부추길 것 같은 느낌을 줄 것 같아 다소 우려가 되긴 합니다. 왜냐면 아반떼, 뉴SM3와 동급인 라프 1.6은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라프 1.6의 퍼포먼스가 어느 정도 향상이 되는 연식 변경과 라프 ID가 동시에 출시가 되었다면 라프 1.6의 성능이 어느 정도 올라와서 경쟁 모델과의 비교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혹은 동급 취급은 받으면서 일단 시선을 뺏어온 후에 '어? 근데 1.6 살 바엔 1.8이??' 이런 효과를 누려야 제대로 된 타사 점유율 뺏어오기가 됩니다.
그러나 1.6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ID의 출시는 약점잡기 좋아하는 영업사원분들에게는 '아무리 라프ID가 좋아도 1.8은 중형이다, 그럴바엔 2.0 오리지날 중형YF나 SM5를 사는게 낫다. 라프 1.8이 2.0 중형보다 좋다고 얘기할 순 없다' 라는 지극히 당순한 전략에 농락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또 실제로 그렇게 될 거 같고요.
따라서 이번의 1.8리터 라프의 발표는 1.6리터 엔진의 미세한 변화가 선행되었어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아시겠지만, 1.6과 1.8 엔진의 성능차이가 너무 심하게 난다는 것(실제 동력 성능이 아닌, 숫자상의 마력 차이)이 너무 크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스펙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르노삼성의 SM3도 있긴 하지만 덩치 빨에서 밀리니(실제 내부 공간도 그만큼 크고 넓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반떼의 시장을 뺏어오는게 더 좋을 텐데 말입니다.
< 내이름을 불러봐 넌 웃을 수 있고, 내이름을 불러봐 신나는 일이 생길 거야 >
준중형으로 태어나서 어느덧 중형의 탈을 쓴 라프. 비운의 모기업 만큼이나 비운의 모델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GM대우가 예전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조금은 벗어나 이런 저런 시도를 하고 있는 건 분명히 긍정적으로 다가옵니다. 다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1.8로 유저들에게 유지비 부담되는 모델을 안겨주었다면 반대로 스펙적으로 썩 뛰어나진 않으나(그래도 150마력) 보험료나 세금이 저렴한 1.4리터 터보 모델도 함께 안겨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1.4~2.0까지 아우르는 풀 라인업의 라프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건지 많이 아쉽습니다. 1.6, 1.8, 2.0의 라세티 프리미어, 이제 더이상 준중형 차라고 부르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아직까지의 주력은 1.6리터 모델이고 앞으로도 라프ID가 주력이 되긴 힘든 상황이지만, 라프라는 제품이 현재의 GM대우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1.6 엔진의 변경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1.6 엔진의 사양을 조금만 올리고 1.8, 2.0디젤, 1.4터보, 2.0터보 라인업이면 라세티 프리미어는 대한민국 시장에서 '전설이 아닌 레전드'가 되며 GM대우에겐 진정한 '트랜스포머(변화시키는 것, 특히 인식과 선입견)'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라세티 프리미어, 이젠 슬슬 1.4와 2.0 터보를 올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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