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10년형 라세티 프리미어의 사양이 발표되었습니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GM대우에서 올 초에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GM본사가 파산 직전까지 간 데다가 GM대우 자체적인 문제, 대우자동차판매의 자금 유동성 문제까지 줄줄이 겹치면서 초반 테이프를 대단히 잘못 끊은 모델입니다. 그러나 특유의 차체 강성, 실내외 디자인을 바탕으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출시되기 전까지 나홀로 GM대우의 판매량을 이끌었던 대단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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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라세티 프리미어(이하 라프)가 이번 2010년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1.6 가솔린과 2.0 디젤에 이어 1.8 가솔린 모델을 신규로 추가하면서 두 모델의 절충형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1.6 가솔린 엔진이 갖고 있던 차체 대비 빈약한 출력 문제와 2.0 디젤의 중형을 뺨때리는 가격을 적절히 버무려 비교적 무리없는 가격대에 포지셔닝을 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초반 출발에 젬병인 라프, 하긴 니네 형인 토스카도 초반 출발은 안습이긴 하다만... >
라프 1.6은 1.3톤이나 되는 차체를 감당하기 버거운 114마력에 15.5kg.m의 토크를 갖고 있습니다. 그나마 토크 역시도 4,200 RPM이라는 비교적 높은 영역대에서 최대치를 갖기 때문에 6단 자동 미션을 장착한 일반적인 라프에게는 최대 토크 영역을 끌어내는데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6단 미션을 장착하고 4,000 RPM까지 끌어올리면서 기어변속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죠.
반면 라프 2.0은 150마력에 32.6kg.m의 최대 토크를 갖는데, 최대 토크 터지는 시점이 다른 디젤 엔진과 엇비슷한 2,000 RPM입니다. 굳이 엑셀을 깊게 밟지 않아도 아드레날린 넘치는 토크가 터지면서 시원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죠. 물론 2.0 디젤 엔진이 다소 무거운 편이기 때문에 공차 중량은 가솔린 모델보다 160kg 이상 무거운 1.5톤에 육박하게 됩니다.
< 같은 준중형 포르테, 라프와 포르테의 몸무게 차이는 윈스톰과 라프의 차이와 비슷 >
말이 좋아 1.5톤이지, 같은 엔진을 얹은 GM대우의 SUV인 윈스톰 디젤의 공차 중량이 1,840kg이고, 상위 모델인 토스카 프리미엄6 2.0 가솔린 모델이 엇비슷한 1,475kg이며 경쟁 모델인 포르테1.6 가솔린 모델이 1.2톤이 안 되는 1,187kg이고, 아반떼도 1,191kg 이라는 걸 감안해보면 라프 디젤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올 겁니다.
이런 무게는 '진리의 라프'라는 우스개를 만들어낼 만큼 안정성에서 톡톡한 효과를 보게 되지만, 차를 운전하는 분들에게는 '답답함'으로 인해 핸디캡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140마력이 넘는(토스카와 엇비슷한) 1.8리터 엔진 모델의 출시가 라프를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더할나위없이 반가운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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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42마력에 17.8kg/m의 토크를 갖는 1.8라프는 차체에 적절한 모델이긴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엔진은 현재 제네시스 쿠페가 장착하고 있기도 한 2.0리터 터보엔진입니다. 물론 GM대우가 현대 엔진을 쓸 리 만무하지요. 그렇다고 GM대우에게 2.0리터 터보엔진에 대한 솔루션이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쓸쓸히 퇴장한 GM대우 최초의 로드스터인 G2X에 바로 에코텍 2.0리터 터보엔진이 들어가 있죠.
< G2X에 들어가있던 에코텍 2.0리터 터보 엔진과 함께라면 라프도 무겁지 않다 >
이 2.0 터보는 264마력에 36kg.m의 어마어마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라프의 차체는 이미 WTCC에 출전한 시보레 크루즈로 280마력을 버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G2X에 장착한 2.0리터 터보엔진을 얹어도 큰 무리가 없을 거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물론 WTCC에 참가하는 모델은 기본 섀시에 더 많은 보강을 했을 거란 가정은 할 수 있겠지만요.
< 라프 WTCC 출전 모델, 당연하게도 시보레 브랜드를 달고 있다 >
일단 라프는 인터넷 상에서 떠돌고 있는 '굼뜨다', '답답하다' 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신호대기 상태에서 드래그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동급의 차가 1차로와 2차로에 나란히 서있을 때 젊은 사람들끼리는 은근히 옆차가 얼마나 초반 스타트가 빠른가에 대해서 견제를 하는 심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 2.0 터보 엔진을 장착한 라프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습니다만, 위의 굼뜨고 답답한 차라는 이미지를 날려버릴 정도는 될 수 있을 겁니다.
< 라프 2.0 터보에 이런 드레스업이라면 괜히 달라붙지 말자, 쩜된다 >
그리고 어차피 내수 시장에서 르노삼성에게까지 밀려 4위로 고전하고 있는 GM대우로서는 한국 시장에 다양한 시도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대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거미줄같은 판매-사후지원 네트워크와 맞서 싸우려면 그만큼 좋은 차를 좋은 가격에 내놓으면 됩니다.
라세티 프리미어가 그렇고,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그렇습니다. 단지 신차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유지된다 라는 개념이 아니라, 라프의 경우 이미 반년 이상을 꾸준한 매출을 거두고 있고 기아의 포르테보다 판매량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차가 좋으면, 아무리 브랜드 이미지가 바닥을 기고 있는 GM대우라 하더라도, '짱용'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애칭을 갖고 있는 쌍용자동차라 하더라도 충분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나홀로 점유율을 이끌었던 라세티 프리미어가 원군으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맞이했습니다. 비록 회사가 그 두 모델을 팔아서 큰 이익이 나지는 않더라도 내년, 내후년에 연이어 출시될 중대형과 중형 세단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라도 고성능 버전의 라프는 마케팅적으로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2리터 터보 라프라면 젠쿱도 긴장 좀 해야 하지 않을까? 문짝이 4갠데 >
비록 GM대우에게 제네시스 쿠페같은 후륜 방식의 쿠페를 만들으란 말은 할 수 없지만, 기존에 나와있는 차량에 엔진 하나 얹어서 제네시스 쿠페와 견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만들어 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메리트있는 제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얘기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격대는 맞춰주어야겠지요. 2,340 만원에 판매가 되고 있는 기본형 제네시스 쿠페 2.0과 엇비슷하게만 맞춰서 출시가 되어준다면 상당히 재밌는 싸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GM대우는 결심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미온적 대응을 하고 있으니 GM대우를 시보레 하청 생산 공장이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GM대우 홍보팀에서 열심히 블로그 운영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GM대우 마케팅 부서는 처음부터 판을 새로 짜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조건 더 좋은 차를 개발해서 내놓으라는게 아닙니다. 좋은 차를 좋다고 알리는데 더 노력하라는 얘깁니다. 라프가 튼튼하니 어쩌니 백날 얘기해봐야 사고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체감할 수 없습니다. 250마력 이상의 엔진을 얹어서 잘 달리는 걸 보여주면 라프의 가치는 급 상승이라는 겁니다.
미니 쿠퍼 S는 GM대우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쿠퍼 뒤에 붙은 S 하나면 어느 누구도 미니를 우습게 보지 않습니다. 라세티 프리미어 T, 그 T 하나 만으로도 포르테 쿱이나 제네시스 쿱도 긴장하게 만들 수 있고, GM대우의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GM대우는 지금이라도 라프의 좋은 차체에 터보 엔진을 올리는 걸 검토해 주기 바랍니다.
언제까지 국산차는 준중형은 적당한 가격, 적당한 연비, 적당한 승차감, 적당한 가속력 같은 적당 주의를 지속할 건지 의문입니다. 다른 회사들이야 고사양의 엔진을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는 부실한 샤시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라프는 태생이 다른 차인 만큼 시장에서 독보적인 준중형 모델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GM대우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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